“저 아이는 중학교 3학년이 뭔지도 모른다고.” 엠버가 말했다. 모든 학생이 나를 보며 비웃었다.
“나는 너의 멜빵바지가 참 좋아.” 엠버가 말하며 키득거렸다. 나는 그 자리에서 돌아섰다. 이 건물에서 당장 뛰쳐나가서 집으로 가고 싶었지만, 그곳으로부터 천천히 걸어 나오도록 나를 다잡았다.
역사 수업 교실을 찾아야만 해.
나는 강당을 내려 걸어간 후에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래도 교실을 지나친 것 같군.
나는 소녀들의 키득거리는 웃음소리를 들었다. “뒤뚱뒤뚱 걷는 팻시는 크고 뚱뚱하대요.” 복도에서 모퉁이를 돌자 네 명의 소녀들이 과체중으로 보이는 소녀를 마주 보고 있었다.
“뒤뚱뒤뚱 걷는 팻시는 크고 뚱뚱하대요,” 라고 노래를 부르며 몸집이 큰 소녀의 두 볼에 눈물이 흐르는 아이를 놀려댔다. 그 불쌍한 소녀는 사물함을 등지고 있었고 달아날 곳이 없었다. 그 소녀의 하늘색 눈동자는 눈물로 가득 찼다. 그 소녀는 소매로 눈물을 닦고 머리를 사물함에 기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녀의 구불거리는 긴 금발 머리가 어깨 위로 흘러내렸다. 소녀는 체구가 컸는데, 몸무게가 250파운드 이상은 되어 보이는 듯했다. 그렇다고 한들 왜 그 소녀를 놀리는 거지?
그곳을 지나가는 학생 중 몇몇은 소녀를 보고 비웃거나 짓궂은 말을 건넨 후 각자의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그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하거나 무엇이든지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아이 중에는 엠버 콜드스트림도 있었다. 나는 영어 수업 시간에 받았던 수치를 다시금 모두에게 떠올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팻시를 놀리는 것에 싫증이 난 네 명의 여학생들은 그 유치한 노래를 흥얼거리며 그곳을 떠났다. 그러자 팻시는 사물함을 열고 손수건을 찾았다.
이 소녀에게 내가 뭐라고 말을 해줄 수 있을까? 그녀가 안 되었긴 하지만, 나는 말솜씨가 없잖아. 틀림없이 바보 같은 말이나 건네겠지.
팻시는 네 명의 여학생들이 교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자신의 사물함에서 책을 몇 권 꺼내었다. 나는 한동안 고민했지만, 그녀가 뒤를 돌아 이곳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서둘러 역사 수업이 있는 교실을 향해 자리를 피했다.
점심시간은 더욱더 끔찍한 경험이었다.
“이게 무슨 냄새지?” 옆 테이블에 앉은 소년이 말했다.
“소똥 냄새.” 다른 아이가 답했다.
“어디에서 나는 냄새일까?”
“아 저기, 그 촌놈에게서.”
“여기서 뭐 하고 있니, 돌대가리?”
나는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달걀 샌드위치를 내려다보았다.
“저 아이가 소똥 샌드위치를 먹고 있어.”
다른 남학생들이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내 옆 테이블에 관심을 집중했다.
“도시락 싸 온 사람은 밖에서 먹어야 하는 거 아니었니?”
“맞아, 그게 규칙이야.”
“아마 그가 품사들을 다 배우게 될 때쯤에서야,” 한 소녀가 말했다. “규칙서를 읽을 수가 있겠지.”나는 누가 말했는지 돌아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엠버였다.
“그림으로 된 규칙서도 만들어지지 않았었니?” 소녀가 말했다.
“농부들도 규율에 대해서 알 수 있도록 말이야.” 이 말을 듣자마자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맞아.” 다른 소년이 말했다. “색칠하기 책이지.”
나는 종이봉투에 샌드위치를 다시 집어넣고 우유가 든 보온병을 집어 들었다. “오 이런, 쟤가 울려고 하나 봐.” 학생들이 거짓 울음소리를 내며 더욱 치밀하게 놀려댔고, 나는 구내식당을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왔다. 나는 더 빨리 그 자리에서 도망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더 이상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았다.
* * * * *
“어머니, 저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아요.”
학교에 어제 처음으로 등교한 후, 다음 날 아침이었다.
“왜 그러니?” 어머니께서 샌드위치를 만들고 계셨다.
“다들 절 싫어해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구나.”
“그 아이들이 온종일 저를 놀려댔다고요. 점심시간에도 말이에요.”
“그 아이들에게 너를 내버려 두라고 말했니?”
나는 고개를 저으며 우유와 시리얼을 한입 먹었다. 그리고는 시리얼에 설탕을 한 숟가락 넣었다.
“그 아이들이 너에게 못된 말을 한다면, 그것에 대해 너도 말을 하렴.”
“하지만 나는 상황이 끝날 때까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걸요. 그 아이들이 웃으며 자리를 뜨고 난 후에서야 대꾸할 말이 떠올라요.”
“그렇다면 생각을 좀 더 빨리해야겠구나.”
네, 그거 좋은 생각이에요, 어머니.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 저의 뇌는 너무 느리다고요.
“얼굴을 주먹으로 한 대 때려주는 그것은 어떨까요? 여자아이들은 제외하고 말이에요.”
“여자아이들도 너에게 못되게 구니?”
“네.” 내가 여학생에게 말을 건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또는 주먹질을 한다든지. 하지만 그들에게 말을 거는 것보다는 주먹질이 더 하기 쉬울 것이다.
“그 학생들이 너를 괴롭히는 장소는 어디지?”
“복도하고 점심시간에 구내식당에서요.”
“알겠다. 수업이 끝나면 다음 수업이 시작하기 바로 전까지 이전 교실 안에 남아있다가, 그 아이들이 너에게 말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말고 서둘러 다음 수업 장소로 이동하렴. 점심시간에는 조용한 곳에서 보내고. 반드시 구내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을 필요는 없잖니.”
“좋은 생각이에요, 어머니.”
나는 점심이 든 가방을 챙겨 들고 학교 버스를 타러 달려 나갔다.
* * * * *
점심시간에 나는 사물함에서 샌드위치를 꺼내어 서둘러 밖으로 향했다. 조금 배회하다 축구장 안으로 들어왔다. 계단을 올라가 텅 빈 관중석의 중간쯤에 있는 좌석에 앉았다. 왁스 종이로 포장된 달걀 샌드위치를 꺼내다가 운동장 반대편 관중석의 중간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몸집을 보니 팻시였다. 그녀에게 다가가서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할까 생각했지만, 그녀의 옆에 누군가가 앉아있었다. 양쪽 다리에 금속으로 된 보호대를 하고 있는 소녀였다. 그들이 점심을 먹으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기에 나는 끼어들지 않기로 했다. 더군다나 나는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대화에 끼어야 할 지 몰랐다.
그냥 저쪽으로 걸어가서 앉으면 될까? 아니면 함께 앉아도 되겠냐고 물어볼까? 만일 저 아이들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때는 어쩌려고? 그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 그냥 혼자 있는 게 낫겠어.
서둘러 점심을 먹고 나는 과학 교실로 30분 일찍 빈 교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이곳은 조용했다. 25분이 지난 후,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오기 시작하자 나는 교과서를 읽는 척했다.
“우와 저 아이 읽을 줄 아나 본데.” 남학생 한 명이 말했다.
“아닐 거야, 저 과학 교과서 안에 만화책을 숨겨 놨을 거야.” 아이들은 웃었다.
지금 내가 뭐라고 말을 해야만 해. 괜찮은 만화책이 뭐가 있더라? “응, 나는 슈퍼맨 만화책을 여기 갖고 있지.”라고 한다면, 아니야 그건 좀 바보 같잖아. “당연하지, 너도 교과서 안에 만화책을 숨기고 싶지 않니?” 아니야, 그건 대답을 요구하는 질문이니까, 그리고 저 아이는 한 수 위에서 날 놀릴 테니까, 그러면 나는 다른 받아칠 만한 말도 생각해야 해. 오, 하느님. 사회생활은 정말 어렵군요. 그냥 저 아이들이 나를 성가시게 하는 것에 지루함을 느낄 때까지 조용히 있어야겠어. 얼마나 오랫동안 이런 상황이 계속될까? 아마도 한 학기 내내 그럴 테지. 망할, 앞으로 3개월이란 긴 시간 동안 나를 괴롭히고 또 재치 있는 말들로 나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을 난 견딜 수 없을 거야. 팻시는 이런 일들을 어떻게 견딜 수가 있는 거지?
애덤스 선생님의 역사 수업 시간에는 영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많이 있었다.
나는 교실 뒷자리에 앉아 아무도 나를 알아채지 않기를 바랬다. 선생님이 칠판에 기원전 330년이라고 적고는 “알렉산더 대왕은 어디 출신이었지?”라고 물었다. 몇몇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선생님은 한 여학생 앞에 섰다. “넌 이름이 뭐니?”
“엠머 콜드스트림 입니다.”
“내 질문의 답을 알고 있니?”
“제 생각에는 브린들리가 알 거예요. 저 아이가 역사 과목의 전문가거든요.” 그는 나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
뭐라고? 저 아이는 나에게 무얼 하려는 거야?
“브린들리”, 애덤스 선생님께서 내 이름을 불렀다. “알렉산더 대왕은 어디 출신이었지?”
“그러니까…. 영국?”
“틀렸어. 아는 사람?”
줄리엣이 손을 들었다. 애덤스 선생님이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마케도니아입니다.”
“맞았어. 그럼 그가 최초로 정복했던 나라는?”
“그리스입니다.”
“또 맞았구나, 잘했어. 누군가는 여름 방학 동안에 교과서를 읽었다니 기쁘구나. 자 이제 로마 제국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수업이 끝나기 전에 선생님은 내일 수업 전까지 교과서의 첫 장부터 세 단원을 읽어오라며 범위를 정해주었다.
* * * * *
대수학은 영어와 역사 과목들만큼 어려웠다.
왜 컬드웰 선생님은 이런 걸 가르쳐주지 않으신거야?
“부에나스 따르데스 에스투디안테스.” (좋은 오후입니다, 학생여러분)
산도발 선생님께서 스페인어 수업을 시작하며 말했다.
몇몇의 아이들이 인사에 답했다. “부아나스 따르데스, 세뇨라 산도발.”
“에스 운 헤르모소 디아.” (날씨가 너무 좋아요.) 엠버가 말했다.
나는 교실 뒷편에 앉아 미동도 없이 서있었다. 엠버가 말한 문장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지만, 그 말은 선생님을 웃게했다. 선생님은 내 쪽을 바라보았고, 나는 무너져내렸다.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 지 예상했기에.
“꼬모 테 일아마스, 호벤?” (이름이 무엇인가요, 청년?)
나는 선생님의 어조를 듣고 그것이 질문이라는 것을 알았고, 고개를 저었다.
“나는 너의 이름을 물어보았어.”
“아, 찰리 브린들리입니다.”
“엘 티네 운 리게헤로 프로블레마 멘탈,” (그는 약간의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요) 엠버가 말했다. 몇몇 학생들이 키득거렸다. 나는 정신적 문제라는 부분만 알아들었지만 나머지 부분을 예상할 수 있었다.
“오, 시엔토 무쵸 에스쿠차르 에소,” (이런, 참 안됐구나.) 산도발 선생님이 말했다.
“너의 학습을 위해서 조금 천천히 수업진행을 시작해야겠구나.”
엠버의 웃음은 조롱에 가까웠다.
저 아이는 왜 나를 싫어할까?
나는 교과서를 펼쳐서 내 얼굴 앞으로 들어올렸다.
* * * * *
학교가 끝나고 나는 학교 버스를 기다리며 인도 위에 서 있었다.
“줄의 제일 뒤로 가라, 돌대가리야.”
“뭐라고?”
주근깨투성이 얼굴을 가진 크래머였다.
“네가 내 자리에 서 있잖아. 줄 뒤로 가라고, 거기가 네가 있어야 할 자리야.”
“줄이 없는데.”
“줄이 곧 생길 거고, 지금 네가 서 있는 곳이 내 자리야.”
그는 나를 뒤로 떠밀며, 내 책들을 땅에 내던졌다. 다른 아이들이 구경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나는 그에게 달려들어 그의 허리 부분을 잡았다. 크래머는 무릎을 들어 올려 내 배를 가격했다. 내가 그에게 주먹을 휘둘렀을 때, 그가 내 가슴을 가격하며 나를 때려눕혔다. 다른 아이들이 웃으며 말했다.
“브린들리, 어서 반격해.”
나는 벌떡 일어나 내 오른 주먹을 휘둘렀다. 그는 어깨를 내 쪽으로 들이밀었다.
내가 처음으로 그 애를 가격한 위치는 그의 단단한 근육이었다.
곧 그가 내 얼굴을 주먹으로 쳤고, 나는 넘어졌다. 무릎을 꿇고 넘어진 나는 눈을 비볐다. 그때 학교 버스가 도착해서 멈추었고, 학생들이 버스에 올라타기 위해 나를 지나쳐가며 나를 비웃었다. 내가 가장 마지막으로 버스에 탄 학생이었다. 나는 버스 운전사의 바로 뒷좌석에 털썩 주저앉았다.
* * * * *
학교에 다닌 지 한 달이 지난 후에도 나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고, 점심시간에는 어디에 숨어있으면 되는지 적합한 장소들만 알아내었을 뿐이었다. 내가 어떠한 질문에도 정답을 맞히지 못하자, 선생님들은 결국 나에게 질문하는 것을 포기하셨다.
여섯 개의 전 과목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교실 뒤편에 앉아 그저 눈에 띄지 않도록 노력했다. 노트에 적고 과제에 대해 읽었지만 나는 이해하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 대부분의 다른 아이들은 수업에 참여했으며, 항상 자신들의 지식을 자랑할 준비를 하고 있었었는데, 특히 여학생들이었다. 그리고 물론 엠버. 나는 그녀의 아버지가 선생님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 * * * *
나는 영어 수업을 마치고 나와 역사 수업 교실로 서둘러 향했다.
“어이, 이 자식.”
나는 크래머가 내 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았고, 그의 세 명의 한 패거리가 뒤따라오고 있었다.
오, 안돼. 또 시작이라니.
“너는 같은 멜빵바지를 매일 입는 거니?”
나는 내 옷을 내려다보았다. 사실, 나에겐 이런 멜빵바지가 네 벌이 있었다. 어머니께서 일주일에 세 번 빨래를 해주셨다. 우리 집 뒤 베란다에는 탈수가 되는 세탁기가 있었다. 아버지와 레오 삼촌이 고물 수집장에서 찾아낸 오래된 전기 모터로 세탁기의 드럼통이 돌아가도록 만드셨다. 어쨌든 내 멜빵바지들은 다 비슷하게 생긴 것들이었다.
“그 밀가루 부대 같은 셔츠도 매일 같은 거니?”
“응, 아마도.”
“너희 엄마한테 다음번에는 마대를 사용해서 만들어달라고 하렴. 그게 너에게 더 딱 맞는 스타일이니까.”
그가 자신의 친구들을 돌아보며 씩 웃었다. 그의 친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다시 나를 돌아보았고, 내가 생각하기에 그는 나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대꾸할 만한 말이 아무것도 없었다.
제 3장
2019년 3월 23일
“케이틀리온, 내 말 좀 들어보렴. 우리는 18년 동안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어. 이제 너는 밖으로 나가 너의 인생을 사는 거야. 대학교에 가고, 회사를 운영하고, 여행도 하고. 그렇지만 약속해 주렴, 너의 인생을 낭비하지 않겠다고. 나를 위해서, 인생을 충만하게 살겠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의 작은 케이틀리온은 주름진 내 늙어버린 손을 그녀의 볼에 가까이 가져갔다.
“저는 할아버지를 보낼 수 없어요.”
“그래야만 한단다, 아가야. 의사가 이젠 때가 되었다는구나.”
나는 그가 있는 쪽을 향해서 손을 흔들었다. 손녀가 뒤에는 아무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네가….” 나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어갔다. “나를 위해서 맥도날드의 빅맥 햄버거를 사다 준다면 좋을 것 같구나. 그래 줄 수 있겠니?”
손녀는 코를 훌쩍이며 미소를 지었다.
“내가 그것을 먹을 수 있게 도와주겠니? 간호사 말로는 오늘 내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할 수 있을 거라더구나.” 그말은 사실이 아니었지만, 상관없었다.
그녀가 일어섰다. “10분 뒤에 돌아올게요. 감자튀김도 좋아하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 미소를 그녀에게 지어 보였다. 그리고 그녀는 병실을 나섰다.
“당신이 그곳에 도착하면, 헛간 안의 다락에서 아이패드를 찾아보세요.” 파란 옷의 의사가 말했다.
“그 안에 모든 것이 들어있을 겁니다. 백과 전서, 위키피디아….” 그는 앞에 놓인 빛이 나오는 화면을 바라보았는데, 초록빛이 그의 얼굴에 비쳤다. 그는 자기의 손가락을 화면 위에서 미끄러지듯 밀어서 다음 페이지로 넘겼다.
“의회 도서관의 모든 책과 미국 특허청의 모든 발명품, 인류에게 알려진 모든 약의 제조법과 설명,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더 많은 정보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태양열로 충전되는 전지판도 있지요. 당신은 이 모든 걸 숨겨 두어야 해요. 그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헛간이라니? 어떤 다락방을 말하는 겁니까?” 내가 물었다.
“둥그런 헛간 말이에요. 노트북을 사용할 줄은 아시죠?”
“네, 하지만 저는 걷지를 못해요. 당신은 나를 구급차로 그곳에 데려갈 건가요?”
“아닙니다, 당신은 날아서 갈 거예요.”
나는 거의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아, 알겠어요.”
“우리에게는 몇 분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어요. 모든 지시 사항은 ‘지시 사항’이라고 적힌 폴더 안에 적혀 있을 겁니다.”
그렇게 알아듣기 어려운 용어로 표시해 둔 것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게 적어놓은 것도 아니잖아.
“무엇에 대한 지시 사항들인가요?”
“그곳에 도착하면 알게 될 거예요.”
“당신은 어느 분야의 의사 선생님인가요?”
순간 내 심장이 갑자기 펄떡거리며 크게 뛰었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고통스럽진 않았지만 당황스러웠다. 내 숨이 몇 초간 멈추었다.
“...그 아이가 돌아오기 전에,” 그가 이어서 말했다.
“무슨-” 내 다리에서 따끔거림이 느껴졌다.
“... 하지만 당신은 우리에게 연락하지 못할 거에요.”
“누구에게 연락한다는 거요?”
정말 이상한 느낌이었다. 무언가 따뜻한 것이 내 속에서 흘러 다니고 있었다.
불규칙하게 삑삑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다음에는 길게 삑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쉭 하며 마치 빠르게 달리는 기차 앞의 터널에서 나오는 듯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리고 철렁하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제4장
1945년 9월 27일
마치 전기 충격을 받은 듯한 철렁하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하지만 통증은 없었다. 그저 머릿속이 잠시 윙 울리다가 나의 몸 전체가 따끔거렸다. 마치 나의 모든 혈액이 내 밖으로 빠져나갔다가 즉시 거품이 있는 어떤 물질과 혼합된 새로운 피로 교체된 듯한 기분이었다. 실제로 기분이 좋았고, 내 시야가 크리스털처럼 투명하고 정확해졌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이 새로운 기분을 음미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떠보니 저스틴 크래머의 못난 얼굴이 보였다.
“내 말이 들리냐, 이 머저리야?”
“너 방금 우리 엄마에게 뭐라고 했어?”
“너희 엄마가 바느질을 끔찍이도 못 한다고.”
그는 엠버와 두 친구를 돌아보며 웃었다. 다시 나를 향해 돌아선 후 내 멱살을 잡았다.나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반응했다. 그의 손을 잡아 손등 위의 손목에 압박을 가했다. 그의 무릎이 꿇렸고 비명을 질렀다.
그가 다른 손으로 주먹을 쥐고 나에게 휘둘렀을 때, 나는 그의 손목을 더욱 꺾었고 그를 바닥을 향해 밀었다.
맙소사, 나에게서 이런 힘이 어디에서 나온 거지?
나는 그를 놓아주고 뒤로 물러섰다.
하마터면 저 아이의 손목을 부러뜨릴 뻔했어.
그는 힘겹게 일어섰지만, 한쪽 무릎을 펴지 못했다.
엠버가 그에게 다가가 손을 잡아주려 했으나 그가 뿌리쳤다.
“나한테서 떨어져,” 그가 엠버에게 말하며 일어섰다. “오늘 일을 꼭 복수할 거야, 브린들리.”
“그래, 어떻게 할 건데?”
“알게 될 거야.”
“그러지 말고 지금 팔굽혀펴기로 겨뤄보는 게 어때?”
“뭐라고?”
“우리 중에서 오 분 동안 더 많이 팔굽혀펴기하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